한국에서 할아버지가 오셨다.

한국에서 제입장에서 보면 아버지 그리고 우리 아이들한테는 할아버지가 오셨다. 작년에 아프시고 나서 몸이 많이 약해지셔서 과연 오실수 있을까 했는데, 큰맘 먹고 우리 사는 모습 보시려 한국에서 오셨다.

처음 공항에서 아버지를 뵈었을때는 장거리 비행으로 인해 피곤하신것도 있겠지만 몸이 많이 약해보이고 살이 많이 빠진 모습에 마음이 아팠는데, 그래도 금방 시차 적응하시는 모습을 보며 나름 마음이 놓였다.

내가 게을러서 우리애들에게 한국말을 사용하지 않다보니, 아버지가 집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서 많이 답답하실텐데도 아무말 없이 아이들 봐주시는것을 보고 참 감사했다.

아버지하고 이렇게 둘이서 시간을 보내본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 이렇게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되어서 좋았다.  하지만 아버지하고 같이 있으면 별로 말이 없다. 서로 별로 할말이 없어서 그런가... 그래도 아버지가 옆에 계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뻤다.
그리고 더 잘해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내 모습이 부끄럽다...

나를 위해서라도 여기다가 아버지랑 같이 했던 시간을 하나하나 적어보자.

첫날.
아버지가 드디어 오셨다. 공항은 학기 시작에 맞추어 입국하는 학생들 그리고 가족들로 붐벼서 입국 심사하고 나오시는데 한시간 반은 걸리신것 같다. 다행히도 은혜가 휠체어 서비스를 예약해 놓아서 그나마 걱정하지 않고 기다린것 같다.
아버지는 우리들을 만나자 마자 피곤하신몸을 휠체어에서 바로 일으키셔서 아이들 안아주셨다. 그리고 차를 타고 한 30분 운전해서 집에 도착하니 집을 한번 둘러 보신후, 집이 좋다고 말씀하신후 집에 들어오셨다.
아래는 처음 바로 도착해서 소파에 앉으신 모습. 아버지는 그 이후로도 이자리에 종종 앉으셔서 이자리는 할아버지 자리가 되었다.




캐나다로 당일치기. 아버지께 멀리 간다고 말씀드리면 안간다고 하실까봐, 그냥 조금 먼데 다녀오자고 말씀드리고, 집에서 일찌감치 출발했다. 집에서 캐나다까지는 한 2시간 30분정도 걸리는데, 그래도 별 말씀안하시고 장거리를 힘들다는 말씀없으셔서 거의 한번에 캐나다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국경 근처에서 캐나다로 들어간다고 말씀드리니 생각도 안했는데 캐나다도 가보게 되었다고 많이 좋아하셨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쁘다.
날씨가 좋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이날따라 비가 좀 와서 조금 아쉬웠다.
아래는 캐나다 뱅쿠버하고 리치몬드에서 찍은 사진들. 리치몬드는 정말 동양사람들 특히 중국인들이 많았다.




아래는 캐나다에서 미국에 들어와서 잠시 쉬면서 찍은 사진. 아버지가 요한이를 참 많이 챙겨주셔서 요한이가 할아버지 사랑을 많이 많이 받았다.
그리고 요한이하고 할아버지가 같은 방을 사용하다 보니, 둘이 더 가까워진듯.

그리고 미국에 왔으면 미국식 아침도 꼭 필수 코스.
아버지를 모시고 근처 팬케익 하우스라는 곳에 갔다. 아버지가 어떤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잘 드셔서 참으로 감사하다.
우리애들도 할아버지를 열심히 챙긴다고, 꼭 할아버지 손잡고 다니고, 말은 통하지 않아도 할아버지옆에서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



이곳에서 맛있게 식사를 한후, 비가 오지않는 동쪽으로 차를 몰고 출발!
여기 계시는 동안 워싱턴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그래도 보여드려야 겠다는 의무감으로...
그래서 한시간 반정도 동쪽으로 운전을 해서 근처 주립공원으로 갔다. 산중에 호수가 있는 공원인데, 나름 경치가 이쁘다. 여기서 좀 쉬면서 구경도하고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근처에 있는 독일 마을이라는 곳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 식사하는곳에서 아버지와 요한이랑 사진을 찍었다. 사진이 자연스럽게 잘 나왔다.
여기 햄버거 맛있다고 해서 왔는데, 괜찮다.


점심 식사후, 마을 한바퀴를 돌았다.
날씨도 좋은 주말이라서 그런지 구경온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많이 걷는것은 아버지께 무리인듯해서 조금만 구경하고, 쉰후 집으로 출발했다.



오셨으니 내가 다니는 회사도 함 구경차 오셨다. 회사에서는 아침과 점심을 제공해서 오셔서 아침 식사하시고 둘러보셨다. 이날도 참 비가 많이 왔다. 사랑하는 아내가 그래도 열심히 아버지 모시고 여기저기 시애틀 구경시켜드렸다. 날씨 좋은날 한번 더 구경시켜드려야지.


그래서 떠나시기 바로전날 날씨 참 좋아서 휴가내고 아버지와 같이 시애틀로 다시 구경나갔다. 오늘은 참 날씨 좋네!
잘 보면 뒤쪽으로 시애틀의 상징인 스페이스 니들하고 레이니어 산도 보인다.





그리고 아버지 많이 좋아하셨던 레이니어 산 국립공원 당일 치기 여행. 집에서 산까지 한 2시간 30분정도 거리이다 보니 멀다고 하셔서 중간 중간 쉬면서 갔다.
아래는 중간에 멈추어서 점심 먹은곳. 아버지가 자주 하신 말씀인데, 여기주는 나무가 정말 많다고... 그런데 레이니어는 그중에서도 최고...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파라다이스쪽은 생략하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Sunrise쪽으로 갔다.
내 생각에는 이곳이 경치도 좋고 덜 혼잡해서 파라다이스보다 낫지 않나 싶다.


날씨가 흐려졌다. -_-
그래서 사진이 원하는 만큼 안나오네...
잘 보면 산이 만년설로 덮혀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버지는 평생에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고 너무 좋아하셨다. 아직 그래도 나름 늦여름인데 산이 눈으로 덮힌게 장관이라고 하시면서 꼭 사진을 찍어야 된다고 하셨다. ^_^


그러다 좀 나아 져서 다시 사진을 찍었는데 괜찮게 나왔네. 아버지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힘이 난다.



아내가 고생 좀 했다. 말도 안통하는데, 내가 회사간 동안 아버지 구경 시켜드린다고...
나도 나름 짬짬히 휴가내서 아버지 모시고 다녔다. 같이 아웃렛에 가서 물건도 좀 사고, 같이 점심먹으러 갔다.
이탈리 음식점으로 갔는데, 맛있다고 하셔서 나도 기분이 좋았음...


아버지가 동네가 참으로 마음에 든다고 하시면 꼭 사진찍자고 하셔서 집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내가 여기 살면서도 한번도 그런 생각 안했는데 이 사진보니 정말 미국같다.

한나는 할아버지가 어색한지 처음 몇일은 할아버지 근처에서 맴돌더니 이제서야 할아버지한테가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할아버지께 뽀뽀도 해 주었다. ^^
그래서 큰애들은 학교간 사이에 뒷마당에서 한나가 할아버지 품에 안긴차에 인증 사진겸 한장 찍었다.

아버지 떠나시기 바로전날 저녁에는 장모님이 오셨다. 두분 8년만에 뵙는데, 서로 하나도 안변했다고 반가워 하셨다.
그리고 오늘은 한국으로 아버지가 출국하는날.
아침을 지난번에 갔던 음식점에서 먹고, 출발전에 같이 사진을 찍었다. 아버지 모습이 건강해 보여서 좋다.

그렇게 아버지와 함께한 10일 훌쩍 가버렸다.
아버지께 건강관리 잘하셔서 내년에도 꼭 오시라고 말씀드리고, 공항으로 모시고 휠체어서비스를 이용해서 아버지를 보내드렸다.

지금 막 가셔서 그런지... 좀 실감이 나지 않는차에 집에와서 아버지가 계시던 방을 가보니 아버지가 사용하신 컵이 침대옆에 아직도 놓여 있는것을 보니 문득 아버지의 빈 공간이 마음으로 밀려오는데 마음이 좀 아프다.
계시는 동안 더 잘해드려야 했는데 별로 잘 못해드린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부모님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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